[북칼럼] 좋은 책, 읽을 책

"남은 생은 3개월, 최고의 작별을 준비하라"

예수님 사랑 2007. 1. 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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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죽음을 준비한 유진 오켈리의 <인생이 내게 준 선물>

 

▲ <인생이 내게 준 선물> 책표지
ⓒ 꽃삽
죽음이 인생에서 최악의 부분이어야 하는가. 그것을 건설적인 경험으로, 아니 최상의 경험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인생을 짧게 정의한다면 "태어나서 죽음까지"라는 어휘일 것이다.

사람들은 태어남은 기쁨이요, 죽음은 슬픔이라는 공식을 만든다. 왜 그럴까?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죽음을 반기지 않는다. 그것은 손에 잡은 것, 누리던 것을 모두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기, 돈, 명예, 지위, 건강, 재산, 그리고 가족. 모든 것을 놓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 만나는 죽음의 의미다.

죽음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죽음 앞에 특권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그런 죽음의 의미를 '성공코드'에 맞춰 인생을 마감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미국의 최고 회계법인 KPMG그룹의 CEO였던 유진 오켈리다. 그가 죽음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가치관으로 받아들인 이야기를 그린 책이 바로 <인생이 내게 준 선물>(원제: chasing daylight)이다.

유진 오켈리는 뉴욕 태생으로 1972년 KPMG에서 회계 업무를 시작하였다. 2002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는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회사이며 미국 최고의 회계법인으로 꼽을 수 있는 KPMG그룹의 CEO였다. 53세의 화려하고 짧은 생을 마치기까지 그는 계속 성공가도를 달렸다. 회사에서는 회장 겸 CEO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아이들, 가족 및 친구들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 5월, 유진 오켈리는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당시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계획 중이었다. 다음 출장과 사업 경영, 아내와의 주말 계획, 딸아이의 8학년 진급 등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이 책은 뇌종양 진단을 받은 때로부터 세 달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오켈리의 마지막 여정을 담았다.

유진 오켈리는 “이제 나는 죽음에 ‘성공’하려 한다. 다시 말해 죽음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여 올바른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죽음을 분명히 의식하고 죽음이 진행되는 동안 또렷한 의식으로 그 과정에 참례하며 죽음을 포용할 생각이다”라며 죽음을 받아드렸다.

“남은 생은 3개월, 최고의 작별을 준비하라!”

그는 D-DAY 100일을 남기고 마지막을 위한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앞으로 내게 남은 생이 3개월이라고 한다” 그의 이런 고백은 유진 오켈리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발한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는 너무도 또렷하게 현실의 삶을 응시한다. 죽음의 고통과 공포 속에서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존재의 눈물겨운 사투를 엿볼 수 있다.

암 진단을 받고 며칠 뒤, 유진은 KPMG그룹의 CEO 자리를 내놓는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 계획했던 원대한 구상의 포기이기도 했다. 시간 앞에, 죽음 앞에 그는 항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동안 30년 가까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던 온갖 비즈니스 관행과 습관도 벗어 던진다.

이제 남은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가야 할 최선의 삶뿐이라고 생각한다. 유진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죽음에서도 성공하기로 마음먹는다. 죽음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여 올바른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는 죽음에 있어서조차 가장 성공적인 전례를 남기고 싶어 했다.

시간이 준 선물, 현실보다 더 완전한 축복은 없다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한다. 1천 명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야 할 작별 인사, 남은 날들 동안 해야 할 일들 목록 정리, 장례식 준비 등 죽음을 앞두고 그가 자신을 위해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는 죽음에 처한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사는 법을 배우려 했다.

“더 이상은 미래에 살지 말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두 달 앞이나 한 주 앞, 또는 몇 시간 앞을 내다보며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세계에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일뿐만 아니라 현재의 매혹적인 순간을 놓치고 만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그는 죽음에의 경고를 선물로 받아들였다. 남은 것은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느냐 였다. 완벽을 추구했던 오켈리는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현실을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야외에서의 식사를 방해한 ‘비’도 그에게는 시간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유진은 암 진단을 받은 지 채 4개월이 되지 않아서 사망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유진 부인이 마무리했다.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죽을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유진 오켈리는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죽음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현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가중치를 붙이는 격이 되었다.

현재의 순간에 머무는 법과 주변의 모든 것들을 충분히 음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건강했을 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시간들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도 ‘남은 생이 3개월’이라는 충격적인 말이 들려온다면 어떨까?

그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남은 시간을 가치 있고 유용하게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의 순간을 귀중히 여기고 살기 시작하면 현재를 즐길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현재로 다가올 미래 또한 준비하게 된다. 현재에 사는 것은 연습으로 가능하다.

유진 오켈리가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대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는 분명히 온다. 그때가 되면 분명 몹시 힘들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저축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돈만큼 중요한 어떤 것, 다시 말해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완벽한 순간을 향한 열쇠의 하나인 ‘받아들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완벽한 순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이 끊임없이 제공하는 향기를 되도록 많이 맛보는 것이다.”

 

글 * 나관호(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북칼럼니스트, '나는 이길 수밖에 없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