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어린시절, 8남매 식구들에게서 ‘인정’을 배우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개를 무척 좋아했다. 부모님도 동물을 좋아하셔서 고양이도 키웠다. 우리 집에는 셰퍼드와 누렁이가 함께 살았다. 셰퍼드가 조금 컸을 때 내 종아리를 물었던 아랫집 '똥개'를 혼내주려고 했었다. 셰퍼드의 덩치가 꽤 커졌을 때 동네에 데리고 나가면 개들이 몇 번 짖다가 숨어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개와 함께 놀기를 좋아했다. 외아들인 나에게 온기를 줄 다른 식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사랑이, 또롱이, 다롱이, 까미, 조이, 대박이, 위니, 깐지…. 내가 키운 강아지 이름이다. 지난해에는 15년 동안 키운, 위니라는 예쁜 강아지를 잃고 많이 울었다. 위니는 치매 어머니가 무척 아꼈던 강아지다. 치매 환자에게 '동물 친구'는 치매를 늦춰주기도 한다.
소원을 쓰라고 하면 "형제가 여덟인 집안이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 마음은 외아들만 아는 비밀(?)이다. 한 살 위였던 것 같다. 다섯 살 때부터 나는 그 집 식구처럼 지냈다. 그 집은 여덟 남매 집안이었다. 오전 3시 반이었다. 일찍부터 일어나 옷을 입고 마루에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놔두셨다. 마치 나를 쌀집 식구인 양 여기셨다. 냄새 나는 이불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침에는 그 집 식구들과 같이 기상해 우리 집처럼 밥을 먹었다. 어린 시절 매운 것을 잘 못 먹었는데 그 집에만 가면 고등어에 조린 무를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포도가 열릴 때는 포도도 따 먹었다. 대부분 점심도 쌀집에서 해결했다. 점심까지 먹고 집에 가면 우리 집이 남의 집 같을 때가 있었다. 거의 1년 내내 오전 4시만 되면 대문을 두드리는 꼬마를 상상해 보라. 눈이 쌓인 날, 비가 내리는 날도 갔으니까. 오전 3시 정도부터 일어나 잠을 자지 않고 옷을 챙겨 입고 준비했다. 통행금지가 풀리면 쌀집으로 갔다. 나는 한 이불을 여럿이서 덮고 자는 그 틈에 들어가야 했다. 지금 좋은 기억만 남은 것을 보니 당시 그 집 식구들이 나를 혼내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어릴 적 상처는 어른이 된 후에도 남는데 난 즐거운 기억만 있다. 것으로 기억한다. 형은 나의 '보디가드'였다.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니며 보호해 주었다. 어느 날은 쌀을 팔아서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던 기억도 있다. 봉학이 형 위로 누나가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에 없다. 다만 나와 다른 동생들을 목욕시켜 주고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그래서 어릴 적에 "난 왜 누나가 없지?"라며 늘 부러워했었다. 나는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외아들은 외롭다. 형제 많은 집안은 외아들의 우상이다. 고등학교 때 부러웠던 친구는 자기 매형에게서 용돈을 받아쓰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우연히 연결되었더라도 그 사람을 내가 먼저 잊지 않는다. 좋아할 수 있게 만든 8남매 쌀집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 형제 없이 외롭게 커야 했던 나에게 훈훈함과 사람냄새를 알게 한 곳이다. 돌이켜 보니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경험이었는지, 내 인격과 성격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일을 하는 성격은 그때 만들어진 것 같다. 냄새 나는 이불을 덮고 있어도 행복하고, 간지럼을 피우면서 서로 웃고, 발을 서로 비벼 가며 잠을 자는 그런 행복 말이다. 서로 처지를 바꿔 보고, 무책임하게 상처 주는 말을 쉽게 하지 말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의 가치를 최고로 아는 그런 만남은 축복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처지가 바뀌는 법이니까…. 글/ 나관호 목사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대표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강의교수 /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대중문화 전문가' / 치매환자와 가족 위한 '강의전문가' /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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