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배운 삶의 철학, 실천하지 못한 것 아쉬워
나는 붕어빵을 좋아한다. 간식으로 최고 아닌가. 동네어귀를 차로 돌아 들어올 때면, 중학교 근처 은행 ATM기계 부스 앞에 있는 붕어빵 노점에서 가끔 사서 먹곤 했다. 천원이나 이 천원어치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붕어빵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찾았던 곳이다. 아마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한번도 부모 같은 어른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아이들이 사라졌다. 겨울이 지나가고 학교가 개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 다른 곳에 있는 붕어빵을 사기 위해 중심 상가 쪽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도 붕어빵 장사가 없었다. 밀가루 값이 올라, 붕어빵 단가가 높아져 수요가 적어졌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현실을 본 것 같았다. 그래도 나같이 붕어빵 마니아가 있는데 어딘가에는 붕어빵 피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오마이뉴스
돌아오는 길에 후회와 아쉬움이 몰려왔다. 붕어빵이 천에 두 개인데 때론 ‘비싼 것 아니야!’ ‘옛날에는 천원에 3개 였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3천원어치 사면 한 개 더 주는 덤에 마음을 뺏긴 적도 있었다. 후회스럽다. 붕어빵 한 개가 뭐라고....
더더욱 어머니에게 배운 삶의 철학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과일을 살 때 만원에 열 개면 한 개를 놓고 아홉 개만 가져오셨던 어머니처럼, 나도 5천원 어치 붕어빵 열개를 사면서, 덤으로 받지도 말고 아홉 개만 가져오든지, 마지막 떨이로 남은 붕어빵을 다 사 주던지 했어야 했다. 너무 너무 후회스럽다. 그 당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개탄스럽고, 미안하고, 마음이 좀 불편하다. 나 스스로 모자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장사하던 곳 @나관호
스쳐가는 다른 생각이 있다. 수년 전, 경희대학교 근처 붕어빵 노점에서 천원에 일곱 개의 붕어빵을 사 먹은 적이 있었다. 경희대나 외국어대 근처 일정을 일부러 더 만들어 붕어빵을 사서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 개수가 많아서 좋아 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 인격이 낮아졌던 것 같다. 붕어빵 장사를 하는 분들의 입장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많이 주면, 이익이 얼마나 남을까? 내가 붕어빵을 사 먹으면, 장사분들 뿐만 아니라 기계 만드는 업자, 밀가루를 파는 상인도 좋은 것 아닌가.
어젯밤, 다시 붕어빵 노점이 있던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혹시.... 그러나 아이들이 없다. 다시 한번 후회와 허전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덤으로 좀 오래된듯한 붕어빵을 하나 더 줄 때 감사하다며 웃으며 받았던 내 모습이 유치하다.
집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스럽네. 그때 내가 더 많이 팔아줬어야 하는데. 아휴.... 내가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지?”
“아이들이 어려 보였어요. 다시 나오겠지요. 그때 많이 팔아주세요. 오전 간식으로 먹으면 되잖아요.”
붕어빵을 365일 살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그리고 기분 좋게 몇 천원어치지만 사면서 웃고 싶고, 덤으로 받지 말고 오히려 한 개를 놓고 오는 그런 날을 상상해 본다. 붕어빵 장사들을 만나고 싶다. 경희대 근처로 가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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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나관호 목사(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및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대표 소장 /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대중문화 전문가'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치매환자와 가족 위한 '강의전문가' /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 101% 바뀐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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