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치매어머니 이야기와 치매정보

치매 노인을 활짝 웃게 만드는 유머 기술 7가지 방법 by 나관호

예수님 사랑 2018. 4.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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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과 가족들이 많이 웃을 수 있기를



새벽은 나에게 귀중한 시간이다. 어머니를 모시며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일찍 잠자리에 드셨던 어머니는 새벽에 거실로 나오시는 것이 일상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거의 매일 새벽, 하루를 시작하기 전, 새벽부터 마음을 정돈하곤 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어머니 사진을 바라보았다. 웃기를 좋아하셨던 어머니 생각에 웃음이 지어진다.

어머니는 잠에서 깨신 후 가끔 시간대를 착각하셨다. 어머니가 교회를 가자고 하신다.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시간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자신이 느끼는 시간이 그 시간이다. 그래서 잘 설명해 드리고 다시 잠을 청하시게 했다. 치매라는 지우개가 침투된 모든 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새벽에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했다. 이 땅에 치매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을 지켜달라는 외침이었다. 마음이 뭉클하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

시간 가는 것을 착각하게 하는 몹쓸 병, 가족을 잊게 하는 존재, 그리고 삶의 목표나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게 하는 존재, 나는 그런 존재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치매 환자 가족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소원한다. 어르신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려야 한다. 가고 싶은 곳, 아니 보여드리고 싶은 곳에 모시고 가고, 드시고 싶은 것, 사드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면 좋다.





웃음은 명약


언젠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죽을 아침 식사로 대접하고 싶어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죽집이 문을 열었을 리 없었다. 할 수 없이 24시간 마트에서 인스턴트 죽을 샀다. 아침 식사로 죽을 드렸더니 맛있다며 잘 드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재미있어 또 웃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네, 모두 잘 먹었습니다."

그날 아침은 어머니를 위해 저녁으로 건너뛰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설명해 드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또 유머(?)를 하신다.

"아침밥이 너무 맛있네. 얼마야?"
"3천만 원요?"
"그렇게 비싸?"
"네, 내일 또 사드릴게요."
"아냐, 너무 비싸."
"괜찮아요. 죽이 비싼 것은 정성이 들어가서 그래요."
"그래? 정성은 얼마야?"

또 한바탕 웃었다. 어머니도 웃으셨다. 솔직한 심정은 어머니가 만든 유머는 점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하신다면 더 즐겁게 같이 웃고 싶다. 웃음은 명약이니까. 내가 만든 유머가 어머니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치매 노인들을 위한 유머 만드는 7가지 방법

1. 애교 있는 간지럼 태우기 - 하지 말라 하시면서 좋아하신다.
2. 코미디 프로그램 보며 같이 웃기 - 우리 어머니는 코미디언들의 동작 때문에 웃으신다.
3.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할 때 같이 오버(?)해서 웃기 - 자식의 웃음은 기쁨이다.
4. 재롱부리는 손주들 통해 웃게 하기 - 모성애는 세대를 넘는다.
5. 노인들의 실수도 유머로 승화시키기 - 긴장감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
6. 유머스런 행동하기 - 가족 중 한 명이 부모님을 위한 코미디언이 된다.
7. 깜짝 쇼하기-평소 노인들이 잘 웃는 상황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상황 파악


어머니와 식구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어머니는 개그맨들의 행동 때문에 미소를 지으실 뿐 별로 안 웃으신다. 그런데 장안의 화제가 된 코너에서 웃으셨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해? 호호호!"
"어머니 즐겁게 해드리려고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 때문에?"
"네."
"재미있네. 저 사람은 왜 자꾸 자기 머리를 때린다니?"

어머니가 상황을 파악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어머니의 삶에 나타나는 이상한 유머들이 없어지면 더욱 좋겠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모든 것이 협력해 선을 이룬다'는 말처럼 이런저런 일들이 합쳐져 종국에는 좋은 일만 남을 것을 기대한다.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이 노인들의 유머 아닌 유머를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말로 승화시켜 이해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노인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유머는 스트레스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 하면 좋다. 치매 노인들과 가족들에게 웃을 수 있는 상황들이 많기를 소원한다. 독수리 가족들 파이팅!



/ 나관호 목사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강의 교수 / 치매환자와 가족의 멘토 강의 전문가 /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 운영자 / 기독교윤리실천 200대 강사에 선정된 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전문가’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저자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69842  오마이뉴스에 게제된 글입니다